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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문학의 이해와 탐구

[시문학] 시의 근본, 시는 언어일 뿐이다.

by WIKI 2022. 5. 17.

시는 언어일 뿐이다. 소리와 영상으로 배추 뿌리처럼 들어찬 언어이다. 철학적 사유와 명상으로 가득 채워져도, 논설문이나 비평문, 선언문은 아니다. 시는 영화가 아니다. 시는 문자적인 의도를 가진 시인들이 자신의 생각을 한정된 표현 공간에서 한정된 언어로 함축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언어 표현 수단이다. 언어를 넘어선 도구나 매체를 추가 사용할 수 있지만, 그 근본인 언어를 버릴 수는 없다. 물론 창작 의도와는 달리, 시는 듣기에 아름다운 언어로만 구성될 수 있다.

 

시는 소리와 의미가 순간적으로 스쳐가는 기록이다.

소리로 표현되는 의미와 의미를 담은 소리로 금방 사라지는 시 의식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순간성 속에 시의 원시적 기쁨이 존재한다. 사상도 결국 언어에서부터 출발하고, 그 사상의 가치성은 행위에서 판단됨을 이해해야 한다. 시의 의미도 결국 언어에서 출발하고, 그 시의 가치는 독자의 행위에 의해 판단된다. 시의 언어성에서 이미 시의 소리, 음악, 운율의 기능을 이해하게 된다. 시의 사상이나 이미지도 결국은 언어에서 비롯되고, 소리에서 강화된다. 시는 표현 수단으로 음소, 철자, 음절, 구절, 문장을 차용한다. 자연의 소리와 인간의 목소리를 통해 생의 의미를 표현하려 한다. 언어를 통한 생의 신비를 드러내는 방법에서 언어 속에 모든 사유의 집을 짓는다. 시적 상징, 비유, 수사 등이 시의 언어성에서 탄생된다. 어느 면에서 시적 이미지가 영화와 달리 언어에만 구속되기에 전파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시는 언어의 집에서 울려오는 울림소리를 표현한 것이기에 보다 고요하면서도 멀리 은은히 전파될 수 있다. 저녁노을 속에 울려오는 산사의 종소리처럼 두고두고 영상으로 기억 속에 남는다. 따라서 시의 소리, 즉 시어의 소리를 이해할 때 시를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고요한 울림소리의 언어

언어는 소리로 말해야 한다. 입으로 소리를 내서 음성, 음절, 구문으로 살려내야 한다. 이러한 언어 배열에 의해 리듬, 시행, 시연, 구절이 형성된다. 이러한 언어의 구분이 시를 살려낸다. 즉 언어를 어떻게 배치하고 리듬을 만드느냐에 따라서 시가 축조된다. 이러한 언어의 리듬이 시 형식, 분위기, 내용을 형성한다. 그래서 시는 읽어서 즐거워야 한다. 읽을 수 없는 시는 시적인 맛과 내용이 사라진다. 내용만 강조하면서 소리의 감각을 상실한 시는 시적 풍미를 놓치고 있다. 시어를 신비롭게, 주문 외우듯이, 의도적으로 최면을 걸 수 있을 때, 시는 새롭게 창조된다. 언어 작용은 '마음의 행위'가 된다. 아름다운 마음의 행위로 고요하게 소리 나는 생각이 된다. 모든 언어에는 이러한 고요한 울림소리가 들어있다. 시는 이러한 소리를 명상하듯이 관조하며 잡아낸다. 이것이 시를 읽을 때 입에서 떠오르는 사유의 그림자이다.

 

언어 행위는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다. 언어가 묘사하는 대상은 언어 묘사를 통해서 스스로 물체화 즉 구상화가 된다. 보이지 않던 투명인간이 서서히 형체를 드러낸다. 상상의 공기 속에서 불투명하게 그려지던 대상이 언어로 포착되면서,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구체화된다. 생각이 옷을 입는다. 언어의 장식물로 투명인간 같은 사유가 하나씩 본체를 드러낸다. 우리는 언어 행위의 투명성을 볼 수 없다. 그러나 그 투명인간이 언어를 걸치기 시작하면서 실체가 잡혀온다. 시어는 하나의 투명성이며, 각자 독립된 투명 세포막이다. 그러나 문장과 문맥 속에서 연결되면서 그 투명성은 관계성으로 바꿔간다. 소속되지 않은 의미 요소가 하나씩 관계를 형성하며 구체적인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투명인간의 공중 마술이 사라지고, 발자국을 감지당하게 된다. 시인의 언어행위는 이러한 언어의 소리와 특성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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