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만들고, 시를 움직이는 작용은 두 가지이다. 영감과 이성적 외지가 그것이다. 영감에 의지할 때는 시의 발상이 시인의 외부 세계로부터 우연히 찾아오는 것으로 수동적, 소극적이다. 영감에 의한 구체적인 내용이 정서와 더불어 표현되면 시로서의 임무는 끝나는 것이다. 시인 자신의 내부 세계로부터 싹트는 의식적이고 주의적인 시의 발견이 있다. 영감이 감성을 바탕으로 한다면 의식적 주의력은 이성을 중시한다. 영감은 무의식의 경지에서 비롯되고, 주의력은 의식의 성찰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의식과 무의식은 다 같이 시에 있어서 등가적 창조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의식과 무의식 요소의 상상력
의식적 요소와 무의식적 요소를 포괄하고 있는 것이 상상력이다. 다만 상상력이 이성적인 주의력에 편중될 때, 상상력이 유추적 성질 없이 직접적으로 진실을 드러내는 정신의 한 패턴으로 작용할 때 이루어진 시를 '뜻으로서의 시' 또는 '살아 있는 정신의 시'라고도 말할 수 있다. 상상력이란 자아의 무한한 창조 활동으로 심상을 의식 속에 주입시켜 시를 발견하게 하는 정신의 능력이다. 콜릿지에 의하면 자아의 창조 행위가 제약된 정신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제1상상력이고, 이 제1상상력을 분해하고 산포하여 이념화하고 통일하려고 애쓰는 의지적 활동이 제2상상력이라고 한다.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지적인 의지가 제2상상력이다. 이처럼 무의식적 영감은 제1상상력에 가깝고, 의식적 주의력은 제2상상력에 가까우며 또한 직관과도 관계된다. 직관이란 통찰적 상상력과 비슷한 뜻으로, 그것은 시인의 의식이 유추적 성질 없이 사물 그 대상에 직접 침투하는 정신 능력, 실체를 인지하는 지적 작용인 것이다. 직관은 언어의 직접적인 자각 상태이며, 비평 의식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시인에 의해 주체적으로 인식된 역사와 사회와 민족과 존재에 대한 창조 의식이 시정신의 중핵이 된다. 영감에 의지하는 시보다는 직관의 시가 더 긴장을 죄고 의식이 치열하다. 이러한 시적 효과는 내면의 세계 인식에 핍진한 시의 진실성을 생명으로 한다. 그것은 또 인간 생활의 모순과 배리에 저항한다. 시인의 경우 시적 진실은 사실의 재현이라기보다 사실의 재해석된 변용, 창조적 상상력에 의한 개성의 표현이어야 한다. 이것이 시적 진실의 보편성이다.
사물 인식의 체계와 감정의 차원
사람의 육체적인 접촉에 의하여 지각된 느낌이나 사물의 자극에 대하여 일으키는 반응을 감각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등의 지각 반응이 감각이다. 시에 있어서 두 가지 이상의 복합적인 감각을 공감각이라고 한다. 감정이란 감각적 자극에 의한 느낌이나 기분, 심정이다. 이러한 직접적인 자극 말고도 상상이나 기억에 의한 심리적 자극에서도 감정이 생긴다. 이 감정이 세차게 일어나 마음속으로 격동을 지각할 때, 우리는 이것을 심적 충격이라고 하고, 충격에 의해 목적 관념을 떠나서 일어나는 의식 반응을 충동이라고 한다. 충동은 본능적이고 순간적인 것이 특징이다. 동작이나 행위가 수반되지 않을 때에는 불안한 감정에 사로잡히고 만다. 이것 모두가 감정의 일종이며 지각 현상이다. 시에 있어서 감각, 감정의 심상 작용은 구별되는 것이 통례이며, 감각적 심상이 제1차적 반응이라면 감정은 그다음 단계로 감각에 의하여 일어나는 심리적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감정은 사물에 느끼어 일어나는 심정, 마음, 기분, 생각, 즉 쾌와 불쾌를 중심으로 하는 의식의 주관적 측면으로서 감각이나 관념에 따라 일어나는 정신 활동이다. 이 중에서 본능적이며 신체적 표출이 특히 심한 것을 정서, 한층 복잡하고 고등한 것을 정조라고 구별하여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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